비르투오소. 당대의 가장 뛰어난 음악가들에게만 붙는 그 명칭을 쥐고 태어난 남자, 레오나르 데이무스. 그의 인생은 그야말로 탄탄대로였다.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은 모두 레오나르를 사랑했다. “세상 모두가 날 사랑하니 한 사람쯤, 내 음악을 사랑하지 않는대도 퍽 즐거운 일 아니겠나.” 딱, 한 사람. 아우렐리아 베른하드만 빼고. “내 가치도, 내가 만든 바이올린의 가치도 내가 정할 거예요.” 여성 음악가에게는 그 어떤 자리도 내주지 않는 이 냉혹한 세계에서 바이올린을 만드는 것은 아우렐리아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음악이었다. 그것마저, 저 오만한 남자에게 뺏길 수는 없었다. *** “미친 소리 하나 하지.” 처음에는 엉성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그 바이올린이 탐이 났다. 하필 제 눈에 들어찬 그 바이올린만이 낼 수 있는 소리가 가지고 싶었다. 애초에 그것부터가 인생의 첫 난관이었다. “당신이 하던 말 중에 미친 소리가 아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 하세요, 그냥.” “내 반주를 맡아.”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음악사에 한 획을 긋고 있는 자신의 무대에 여자가 선다는 것은. 그것을 알면서도, 저 여자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음악을 하고 싶어졌다. “네 재능을, 내가 인정하겠다는 소리야.” 저 여자의 바이올린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녹음이 가득한 저 눈동자, 그 얇은 손가락으로 잘도 만들어 내는 저 여자의 음악. 아니, 저 여자의 모든 것을 가지고 싶어졌다. 이틀에 한번 연재합니다 표지 - 픽사베이 haneulciel@naver.com

비르투오소. 당대의 가장 뛰어난 음악가들에게만 붙는 그 명칭을 쥐고 태어난 남자, 레오나르 데이무스. 그의 인생은 그야말로 탄탄대로였다.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은 모두 레오나르를 사랑했다. “세상 모두가 날 사랑하니 한 사람쯤, 내 음악을 사랑하지 않는대도 퍽 즐거운 일 아니겠나.” 딱, 한 사람. 아우렐리아 베른하드만 빼고. “내 가치도, 내가 만든 바이올린의 가치도 내가 정할 거예요.” 여성 음악가에게는 그 어떤 자리도 내주지 않는 이 냉혹한 세계에서 바이올린을 만드는 것은 아우렐리아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음악이었다. 그것마저, 저 오만한 남자에게 뺏길 수는 없었다. *** “미친 소리 하나 하지.” 처음에는 엉성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그 바이올린이 탐이 났다. 하필 제 눈에 들어찬 그 바이올린만이 낼 수 있는 소리가 가지고 싶었다. 애초에 그것부터가 인생의 첫 난관이었다. “당신이 하던 말 중에 미친 소리가 아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 하세요, 그냥.” “내 반주를 맡아.”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음악사에 한 획을 긋고 있는 자신의 무대에 여자가 선다는 것은. 그것을 알면서도, 저 여자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음악을 하고 싶어졌다. “네 재능을, 내가 인정하겠다는 소리야.” 저 여자의 바이올린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녹음이 가득한 저 눈동자, 그 얇은 손가락으로 잘도 만들어 내는 저 여자의 음악. 아니, 저 여자의 모든 것을 가지고 싶어졌다. 이틀에 한번 연재합니다 표지 - 픽사베이 haneulcie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