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에게는 호수의 정령과도 같은 친구가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 병약한 미소년이 황태자일 줄은. 초라한 몰락 귀족과 제국의 황태자. 말도 안되는 그림이었다. 신분차이 나는 결혼을 하느니 정략혼으로 팔려가겠다. 나의 지론이다. 단언컨데 감히 그를 욕심 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런데… 친구인 줄만 알았던 그가 자꾸 다가온다. 그는 나를 정부로라도 삼을 생각일까? “정부? 그런 얄팍한 관계는 꿈도 꾸지 마. 로엔. 난 네가 내 곁에 묶여 움직이지 못하는 그런 자리를 원해.” ** 윈셀의 단단한 몸이 로엔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치 로브처럼 감싸고, 한치의 틈도 없이 그들은 밀착했다. 그의 가슴께에 얼굴을 묻게 되자 데뷔탕트때의 낯선 체취가 다시 풍겨왔다. 숨이 막히는 기분에 고개를 돌리자 이번에는 그의 거센 심장소리가 들렸다. 허리를 감싸고 있는 손과 한치의 틈도 없이 밀착 되어 있는 몸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어두운 공간에서 마치 홀로 빛나는 듯한 수려한 얼굴은 아무런 표정 없이 그저 고요하기만 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그가 깊은 한숨을 내쉬고 로엔에게로 얼굴을 내렸다. 흠칫 어깨를 움츠리는 그녀의 귓가로 잔뜩 잠긴 음성이 들려왔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다음번에는 절대 봐주지 않아.”
어릴 적 나에게는 호수의 정령과도 같은 친구가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 병약한 미소년이 황태자일 줄은. 초라한 몰락 귀족과 제국의 황태자. 말도 안되는 그림이었다. 신분차이 나는 결혼을 하느니 정략혼으로 팔려가겠다. 나의 지론이다. 단언컨데 감히 그를 욕심 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런데… 친구인 줄만 알았던 그가 자꾸 다가온다. 그는 나를 정부로라도 삼을 생각일까? “정부? 그런 얄팍한 관계는 꿈도 꾸지 마. 로엔. 난 네가 내 곁에 묶여 움직이지 못하는 그런 자리를 원해.” ** 윈셀의 단단한 몸이 로엔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치 로브처럼 감싸고, 한치의 틈도 없이 그들은 밀착했다. 그의 가슴께에 얼굴을 묻게 되자 데뷔탕트때의 낯선 체취가 다시 풍겨왔다. 숨이 막히는 기분에 고개를 돌리자 이번에는 그의 거센 심장소리가 들렸다. 허리를 감싸고 있는 손과 한치의 틈도 없이 밀착 되어 있는 몸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어두운 공간에서 마치 홀로 빛나는 듯한 수려한 얼굴은 아무런 표정 없이 그저 고요하기만 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그가 깊은 한숨을 내쉬고 로엔에게로 얼굴을 내렸다. 흠칫 어깨를 움츠리는 그녀의 귓가로 잔뜩 잠긴 음성이 들려왔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다음번에는 절대 봐주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