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친구의 배신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날. 품위 있는 죽음을 택한 나는 스스로 독약을 마셨다. 바라 마지않던 죽음이 코앞이었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다시 깨어나기 전까지는. “수도원에서 보낸 마차가 곧 도착한다는구나. 할 말 다 했으면 가서 떠날 준비나 하렴.” “잠깐만요 고모님.” 고모님? 나한테는 고모가 없는데? 반사적으로 말을 뱉고서 기억을 헤집어보았다. 그리고 빠르게 한 가지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설마...... 다른 사람의 몸에 빙의한 거야? ’ 현기증과 함께 기억들이 밀물처럼 들이쳤다. 마치 누군가 강제로 욱여 넣는 것처럼 머릿속에 마구잡이로 채워지고 있었다. “저택에 남겠어요. 떠나지 않겠습니다.” 쾅! 망나니로 악명이 드높은 브라운 자작의 두 아들. 사촌 오라비 막셀이 역한 숨을 흩뿌리며 다가왔다. 광견병에 걸린 개처럼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어머니. 수도원으로 보내기 전에 저것의 버릇부터 고쳐놓으시지요.” “아니지. 귀찮은데 그냥 여기서 죽여버려?” 시린 날붙이가 몸 이곳저곳을 헤집었다. 마지막 숨이 꺼질 때까지. 짓밟고 짓밟혀 카펫을 온통 피로 물들였다. 그렇게 나는 다시 한번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돌아왔다. 수도원 행을 권유받던 시점으로. “저리 가! 난 살이 없어서 별로 맛도 없단 말이야!” 살기위해 수도원으로 떠나는 길. 잠에서 깨어나 보니 어둠속 짐승의 눈 수십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마부는 값나가는 물건들을 몽땅 털어 도망친 뒤였다. 미친년처럼 숲을 내달렸다. 단언컨대 내 생에 그렇게 달려본 적은 처음이었다. ‘이런 망할. 이번엔 또 뭐가 문제냐고.' 똑같은 풍경과 똑같은 시간.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지껄이는 자작부인까지. 나는 다시 한번 회귀했다. 살인마들이 기다리는 미친 세상 속으로. 일러스트 : @shinya___626
믿었던 친구의 배신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던 날. 품위 있는 죽음을 택한 나는 스스로 독약을 마셨다. 바라 마지않던 죽음이 코앞이었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다시 깨어나기 전까지는. “수도원에서 보낸 마차가 곧 도착한다는구나. 할 말 다 했으면 가서 떠날 준비나 하렴.” “잠깐만요 고모님.” 고모님? 나한테는 고모가 없는데? 반사적으로 말을 뱉고서 기억을 헤집어보았다. 그리고 빠르게 한 가지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설마...... 다른 사람의 몸에 빙의한 거야? ’ 현기증과 함께 기억들이 밀물처럼 들이쳤다. 마치 누군가 강제로 욱여 넣는 것처럼 머릿속에 마구잡이로 채워지고 있었다. “저택에 남겠어요. 떠나지 않겠습니다.” 쾅! 망나니로 악명이 드높은 브라운 자작의 두 아들. 사촌 오라비 막셀이 역한 숨을 흩뿌리며 다가왔다. 광견병에 걸린 개처럼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어머니. 수도원으로 보내기 전에 저것의 버릇부터 고쳐놓으시지요.” “아니지. 귀찮은데 그냥 여기서 죽여버려?” 시린 날붙이가 몸 이곳저곳을 헤집었다. 마지막 숨이 꺼질 때까지. 짓밟고 짓밟혀 카펫을 온통 피로 물들였다. 그렇게 나는 다시 한번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돌아왔다. 수도원 행을 권유받던 시점으로. “저리 가! 난 살이 없어서 별로 맛도 없단 말이야!” 살기위해 수도원으로 떠나는 길. 잠에서 깨어나 보니 어둠속 짐승의 눈 수십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마부는 값나가는 물건들을 몽땅 털어 도망친 뒤였다. 미친년처럼 숲을 내달렸다. 단언컨대 내 생에 그렇게 달려본 적은 처음이었다. ‘이런 망할. 이번엔 또 뭐가 문제냐고.' 똑같은 풍경과 똑같은 시간.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지껄이는 자작부인까지. 나는 다시 한번 회귀했다. 살인마들이 기다리는 미친 세상 속으로. 일러스트 : @shinya___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