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제목 조차 기억도 나지 않는 소설 속의 악녀에 빙의했다. 새 삶을 바라고 이랬을 리가 있을까. 그냥 나는 편안하게 눈을 감고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아마 잔뜩 죽었을 것이다. 그게 한 번, 두 번, 세 번…여러 번, 셀 수 없을 만큼 반복되었다. 속이 망가진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싶었던 찰나였다. 신의 공간이라는 곳에서 눈을 떠버렸다. “어리석구나, 아가야. 넌 이미 그 세계에 소속된 인간이란다. 이미 네가 그 몸에서 한 번 생명을 해했을 때, 육체가 부서졌으니, 그 육체도, 원래 육체의 것도 전부 네 것이야.” 절망적인 발언이었다. 그럼 나는 평생 그 고통을 느껴가며 살아야한다, 이건가. 아니면, 다시 한 번 원작대로 따라줘야 한다는 걸까. 그런데, 이제는 그런 기억이 없다. 아마 살아간다면 미치다가 늙어 죽겠지. “이번에도 그걸 거절한다고 하면 어쩔거지?” “거절이라…놀랍지도 않네. 그래, 좋아. 기회를 줄게. 살고 싶게 발버둥쳐봐. 신은 원래 잔혹함도 만들어내기 바쁜 괴물이니까.” 딱. 그 손을 튕기는 순간이었다. 다시 천천히 지옥 같은 방에서 눈을 떴다. * * * 기회를 준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는지, 신이 내 육체라고 떠들던 몸 왼쪽 어깨에 있던 의문의 문양이, 드디어 제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영애의 몸에 있는 문양이 드디어 제 일을 하는 것 같습니다. 마력 부정 출혈 증후군이십니다.” 그 큰 병에 걸렸다는 말을 듣고 어찌 그리 기쁜건지, 감정을 도대체 주저할 수 없었다. 앞으로 이 지옥 같은 세상을 살아갈 날도 2년. 2년이었다. * * * 2년 중의 반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연회장에서 답답함을 느꼈던 탓이었을까. 바깥 공기가 느껴지는 테라스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누가 내가 있는 테라스에 들어왔다. 이번 연회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남자였다. 그 남자는 그저 조용히 다가와서 내게 속삭였다. “가짜.” 내게 가짜, 라고 속삭였다. 이메일: yeeun_0403@naver.com
이젠 제목 조차 기억도 나지 않는 소설 속의 악녀에 빙의했다. 새 삶을 바라고 이랬을 리가 있을까. 그냥 나는 편안하게 눈을 감고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아마 잔뜩 죽었을 것이다. 그게 한 번, 두 번, 세 번…여러 번, 셀 수 없을 만큼 반복되었다. 속이 망가진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싶었던 찰나였다. 신의 공간이라는 곳에서 눈을 떠버렸다. “어리석구나, 아가야. 넌 이미 그 세계에 소속된 인간이란다. 이미 네가 그 몸에서 한 번 생명을 해했을 때, 육체가 부서졌으니, 그 육체도, 원래 육체의 것도 전부 네 것이야.” 절망적인 발언이었다. 그럼 나는 평생 그 고통을 느껴가며 살아야한다, 이건가. 아니면, 다시 한 번 원작대로 따라줘야 한다는 걸까. 그런데, 이제는 그런 기억이 없다. 아마 살아간다면 미치다가 늙어 죽겠지. “이번에도 그걸 거절한다고 하면 어쩔거지?” “거절이라…놀랍지도 않네. 그래, 좋아. 기회를 줄게. 살고 싶게 발버둥쳐봐. 신은 원래 잔혹함도 만들어내기 바쁜 괴물이니까.” 딱. 그 손을 튕기는 순간이었다. 다시 천천히 지옥 같은 방에서 눈을 떴다. * * * 기회를 준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는지, 신이 내 육체라고 떠들던 몸 왼쪽 어깨에 있던 의문의 문양이, 드디어 제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영애의 몸에 있는 문양이 드디어 제 일을 하는 것 같습니다. 마력 부정 출혈 증후군이십니다.” 그 큰 병에 걸렸다는 말을 듣고 어찌 그리 기쁜건지, 감정을 도대체 주저할 수 없었다. 앞으로 이 지옥 같은 세상을 살아갈 날도 2년. 2년이었다. * * * 2년 중의 반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연회장에서 답답함을 느꼈던 탓이었을까. 바깥 공기가 느껴지는 테라스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누가 내가 있는 테라스에 들어왔다. 이번 연회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남자였다. 그 남자는 그저 조용히 다가와서 내게 속삭였다. “가짜.” 내게 가짜, 라고 속삭였다. 이메일: yeeun_0403@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