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는 불에 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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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는 ‘그 애’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새까만 밤, 눈이 찢어질 것처럼 환하게 빛나며 일렁이는 시야 속에서도 선명한 사람. 한때 아가씨의 단짝이었던 아이. 주근깨 가득한 얼굴에 떠오른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모를 표정이 그림자와 겹쳐 기괴했다. 레오는 그가 망설임 없이 돌아서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의 뒷모습에 앞서가는 그림자는 불이 붉게 타오를수록 더 짙푸르게 몸집을 부풀렸다. 마치 광대한 소렐산맥을 베개 삼고 하늘을 이불삼아 잠을 청했다는 옛 이야기 속의 거대한 마녀 가딜라드가 떠오르는, 그런 그림자. 그림자가 풀어놓은 화마는 소파에, 탁자에, 아름다운 벽지와 흘러내린 옷자락에, 그리고 미루나뭇잎이 바람에 사각이는 그 모든 기억에 옮겨붙었다. 레오는 서로가 죽기를 바랐고 각자가 살고자 몸부림쳤던 그 마법의 밤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오래된 격언이 불길하게 떠올랐다. 마녀는, 불에 타지 않았다. 이메일 : 96chltjd@gmail.com

레오는 ‘그 애’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새까만 밤, 눈이 찢어질 것처럼 환하게 빛나며 일렁이는 시야 속에서도 선명한 사람. 한때 아가씨의 단짝이었던 아이. 주근깨 가득한 얼굴에 떠오른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모를 표정이 그림자와 겹쳐 기괴했다. 레오는 그가 망설임 없이 돌아서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의 뒷모습에 앞서가는 그림자는 불이 붉게 타오를수록 더 짙푸르게 몸집을 부풀렸다. 마치 광대한 소렐산맥을 베개 삼고 하늘을 이불삼아 잠을 청했다는 옛 이야기 속의 거대한 마녀 가딜라드가 떠오르는, 그런 그림자. 그림자가 풀어놓은 화마는 소파에, 탁자에, 아름다운 벽지와 흘러내린 옷자락에, 그리고 미루나뭇잎이 바람에 사각이는 그 모든 기억에 옮겨붙었다. 레오는 서로가 죽기를 바랐고 각자가 살고자 몸부림쳤던 그 마법의 밤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오래된 격언이 불길하게 떠올랐다. 마녀는, 불에 타지 않았다. 이메일 : 96chltj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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