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오, 전쟁영웅이네요?” 뭔 소리야? 아닙니다. “거기다 피의 학살자.” 아니라니까요. “… 이거 대체 몇 장까지 나오는 거야?” 긴 서류 뭉치를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개구졌던 남자의 표정은 심각해져갔다. “피도 눈물도 없는 북부의 주인, 혹시나 눈이 마주치면 꼭 삼 초 안에 튈 것…. 푸핫! 이건 누가 쓴 거지? 알아요?” “싹 다 아니라니까요!” “오…. 원래는 비혼주의자였어?” 좀 들어라! 아니라고! 아빠도 정도껏 해야지. 무시무시한 수식어에 이어 딸 혼삿길까지 온몸으로 막아놓으면 어쩌자는 거야! “유어트 포넨테가 아주 죽고 못 살던데, 전하께서 비혼주의자인 걸 알았을 때 표정이 꽤 볼만 하겠어요.” 아니 글쎄 저는 비혼주의자가 아니라니까요, 우리 아빠가 비혼주의자인 거지? “그리고, 그런 비혼주의자인 전하께서 나와 결혼 했을 때 표정도 볼만 하겠고.” “네? 저 비혼주의자예요. 게다가 방금 본인 입으로 제가 비혼주의자라고….” 오늘부터 비혼주의자하기로 굳게 마음을 먹은 나와는 다르게 사내, 트리스탄의 표정은 여전히 여유로웠다. “이 조그마한 머리통으로 어떻게 마수들을 박살낼지 생각했다니 흥미로워라.” 아니, 그러니까 댁이 지금 호감을 가지고 있는 상대는 내가 아니라 우리 아빠라니까? “쿨럭!” 미치겠네! 사람이 하도 어처구니가 없으면 입이 이미 바싹 말라 있는데도 사레에 걸릴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트라몬테인의 권능은 분명 고상했던 것 같은데. 각하께서는 성스러운 힘으로 마수들을 아주 잘도 패고 다녔나봐요. 어떻게, 이런 것도 마음에 쏙 드네.” 성스러운 힘으로 사람들을 줘 패고 다닌 남자가 내 앞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말했다. “게다가 마탑주가 당신이었어?” 아니, 나는 트라몬테인 권능 밖에 못 쓴다니까요. 마탑주는 우리 아빠라니까 그러네. “아무래도 이런 인재는 내가 먼저 선수쳐야겠네요. 남부에는 당신 같은 사람이 필요해요.” 그래, 그러니까! 내가 아니라 우리 아빠한테 가서 청혼하든 뭘 하든 맘대로 하세요! “내 아내하면, 살려 줄게요. 에어윈 트라몬테인, 어차피 그쪽도 나 없이 못 살잖아요.” “제 말 좀!” “당신는 그 그릇 깨진 채로 못 둘 텐데? 마법으로도 안 붙어, 그거. 어차피 지금 결혼한다고 광고 쳐 놓은 거 무르지도 못 할 테고. 그쪽한테 구애하는 그 놈팡이들보다는 내가 낫지 않아요?” 안 그래도 부드럽게 아래로 휘어진 눈매가 더욱 활같이 휘었다. 마치 한 마리의 여우처럼. 입술이 절로 바싹 마르는 것과는 별개로 심장은 미친 듯이 요동쳤다. 이 남자는 지금 내 목숨을 다이아몬드 반지 삼아 청혼 중이었다. 그러니까 이, 어쩌다보니 전 제국에 낸 내 결혼 광고 사건을 설명하려면 며칠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북부대공여주 #세계관최강여주 #능력자여주 #능력자남주 #능글남주 #쌍방구원
“호오, 전쟁영웅이네요?” 뭔 소리야? 아닙니다. “거기다 피의 학살자.” 아니라니까요. “… 이거 대체 몇 장까지 나오는 거야?” 긴 서류 뭉치를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개구졌던 남자의 표정은 심각해져갔다. “피도 눈물도 없는 북부의 주인, 혹시나 눈이 마주치면 꼭 삼 초 안에 튈 것…. 푸핫! 이건 누가 쓴 거지? 알아요?” “싹 다 아니라니까요!” “오…. 원래는 비혼주의자였어?” 좀 들어라! 아니라고! 아빠도 정도껏 해야지. 무시무시한 수식어에 이어 딸 혼삿길까지 온몸으로 막아놓으면 어쩌자는 거야! “유어트 포넨테가 아주 죽고 못 살던데, 전하께서 비혼주의자인 걸 알았을 때 표정이 꽤 볼만 하겠어요.” 아니 글쎄 저는 비혼주의자가 아니라니까요, 우리 아빠가 비혼주의자인 거지? “그리고, 그런 비혼주의자인 전하께서 나와 결혼 했을 때 표정도 볼만 하겠고.” “네? 저 비혼주의자예요. 게다가 방금 본인 입으로 제가 비혼주의자라고….” 오늘부터 비혼주의자하기로 굳게 마음을 먹은 나와는 다르게 사내, 트리스탄의 표정은 여전히 여유로웠다. “이 조그마한 머리통으로 어떻게 마수들을 박살낼지 생각했다니 흥미로워라.” 아니, 그러니까 댁이 지금 호감을 가지고 있는 상대는 내가 아니라 우리 아빠라니까? “쿨럭!” 미치겠네! 사람이 하도 어처구니가 없으면 입이 이미 바싹 말라 있는데도 사레에 걸릴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트라몬테인의 권능은 분명 고상했던 것 같은데. 각하께서는 성스러운 힘으로 마수들을 아주 잘도 패고 다녔나봐요. 어떻게, 이런 것도 마음에 쏙 드네.” 성스러운 힘으로 사람들을 줘 패고 다닌 남자가 내 앞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말했다. “게다가 마탑주가 당신이었어?” 아니, 나는 트라몬테인 권능 밖에 못 쓴다니까요. 마탑주는 우리 아빠라니까 그러네. “아무래도 이런 인재는 내가 먼저 선수쳐야겠네요. 남부에는 당신 같은 사람이 필요해요.” 그래, 그러니까! 내가 아니라 우리 아빠한테 가서 청혼하든 뭘 하든 맘대로 하세요! “내 아내하면, 살려 줄게요. 에어윈 트라몬테인, 어차피 그쪽도 나 없이 못 살잖아요.” “제 말 좀!” “당신는 그 그릇 깨진 채로 못 둘 텐데? 마법으로도 안 붙어, 그거. 어차피 지금 결혼한다고 광고 쳐 놓은 거 무르지도 못 할 테고. 그쪽한테 구애하는 그 놈팡이들보다는 내가 낫지 않아요?” 안 그래도 부드럽게 아래로 휘어진 눈매가 더욱 활같이 휘었다. 마치 한 마리의 여우처럼. 입술이 절로 바싹 마르는 것과는 별개로 심장은 미친 듯이 요동쳤다. 이 남자는 지금 내 목숨을 다이아몬드 반지 삼아 청혼 중이었다. 그러니까 이, 어쩌다보니 전 제국에 낸 내 결혼 광고 사건을 설명하려면 며칠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북부대공여주 #세계관최강여주 #능력자여주 #능력자남주 #능글남주 #쌍방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