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물을 꺼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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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가리었던 먹구름이 비껴가자, 미약한 달무리가 서원이 서 있는 절벽 아래를 비추었다. 뒤로는 절벽, 앞은 정체조차 모르겠는 짐승 세 마리.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모든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멀어지는 하늘 속에서 달이 다시금 구름으로 뒤덮여갔다. 절벽 아래로 떨어지던 게 서원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인간이 여길… 어떻게 들어온 거지?” …누구야? …‥뭘까? 자욱하게 깔린 안개 너머로, 사람의 다리가 보였다. 서원은 버석하게 말라붙은 양 입술을 있는 힘을 다해 뻐끔댔다. “사, 살려줘…‥.” 정체 모를 이의 다리가 조금씩 가까워졌다. 서원은 가물거리는 의식을 부여잡고 시선을 올렸다. 다리에서 몸으로, 어깨로… 그리고 얼굴…‥? 저건 또 뭐야? 뿌연 안개 뒤로 보이는 건 한쪽 머리에 황금색의 뿔이 돋아난 사내였다. “이거 아무래도 귀하신 나으리께서 길을 잘못 드신 것 같은데….” #인외존재 #반쪽짜리 도깨비(이매)공 #계략공 #순종적인 척하공 #존대공 #방망이 찾아야하공 #미남공 #양반가 망나니 수, #지랄수, #입걸레수 #미인수 #문란했수 #싸가지없수 #안하무인수 #진지해 보이지만 가벼움 수: 유서원 (23살) 3대째 조정의 당상관[堂上官: 정 3품 이상의 벼슬에 오른 관원]을 역임한 유씨 집안의 한 명뿐인 독자, 양반 중의 양반으로 이름난 그 명성이 서원의 대에서 끊길 위기에 봉착했다. 한량처럼 노는 데에만 빠져 과거에 줄기차게 낙방만 해댔으니. 집안 망신을 시키다 못해 백야산에서 실종까지 되었다가 겨우 살아 돌아온 서원을 기다리는 건, 어디서 굴러먹다 온 건지도 모를 호위 놈이었다. 말이 좋아서 호위지. 실상은 허튼짓 못하게 감시하려고 붙인 아버지의 수족이 아닌가. 서원은 하루아침에 자유를 잃었다. 밤마실은커녕 멀쩡히 해가 떠 있는 시각에 저자에 나다니는 것조차 여의치 않아졌다. 그것 뿐이 아니었다. 닭이 울기 무섭게 깨우고 달이 뜨기도 전에 잠자리에 들라며 닦달까지 해댔다. “이 시간에 어디를 가시려고요.” “너… 너 자는 거 아니었어?” “이미 자시[子時:23:00~01:00시]가 넘었습니다. 함부로 나다니면 다치십니다.” 씨발, 천하의 유서원 꼴이 말이 아니다. 공: 강 백 (26살): 어릴 적 어미에게 버려지며 제가 인간이 아님을 알게 된 반쪽짜리 이매. 인세에도 귀계에도 속하지 못한 강백은 13년간 귀들의 터인 백야산에서 도술을 배우며 살아 남아왔다. 그러던 어느 그믐날 밤. 한 사내가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갖은 재보와 금은보화를 내려준다는 도깨비, 이매(魑魅)의 권능이자 정수인 망량(魍魎 방망이)을 몸에 지닌 사내가. “야, 너 이름이 뭐냐?” “…‥.” “씹어? 왜, 아버지께서 내 물음에는 대꾸도 말라든?” “…‥.” “강 백.” 망량(魍魎)을 가져야겠다. 그리하여 인간이 되어야겠다. 강 백은 호위의 신분으로 서원의 곁에 머문다. “제가 잘 찾아왔네요.” 메일:35055007@naver.com

하늘을 가리었던 먹구름이 비껴가자, 미약한 달무리가 서원이 서 있는 절벽 아래를 비추었다. 뒤로는 절벽, 앞은 정체조차 모르겠는 짐승 세 마리.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모든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멀어지는 하늘 속에서 달이 다시금 구름으로 뒤덮여갔다. 절벽 아래로 떨어지던 게 서원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인간이 여길… 어떻게 들어온 거지?” …누구야? …‥뭘까? 자욱하게 깔린 안개 너머로, 사람의 다리가 보였다. 서원은 버석하게 말라붙은 양 입술을 있는 힘을 다해 뻐끔댔다. “사, 살려줘…‥.” 정체 모를 이의 다리가 조금씩 가까워졌다. 서원은 가물거리는 의식을 부여잡고 시선을 올렸다. 다리에서 몸으로, 어깨로… 그리고 얼굴…‥? 저건 또 뭐야? 뿌연 안개 뒤로 보이는 건 한쪽 머리에 황금색의 뿔이 돋아난 사내였다. “이거 아무래도 귀하신 나으리께서 길을 잘못 드신 것 같은데….” #인외존재 #반쪽짜리 도깨비(이매)공 #계략공 #순종적인 척하공 #존대공 #방망이 찾아야하공 #미남공 #양반가 망나니 수, #지랄수, #입걸레수 #미인수 #문란했수 #싸가지없수 #안하무인수 #진지해 보이지만 가벼움 수: 유서원 (23살) 3대째 조정의 당상관[堂上官: 정 3품 이상의 벼슬에 오른 관원]을 역임한 유씨 집안의 한 명뿐인 독자, 양반 중의 양반으로 이름난 그 명성이 서원의 대에서 끊길 위기에 봉착했다. 한량처럼 노는 데에만 빠져 과거에 줄기차게 낙방만 해댔으니. 집안 망신을 시키다 못해 백야산에서 실종까지 되었다가 겨우 살아 돌아온 서원을 기다리는 건, 어디서 굴러먹다 온 건지도 모를 호위 놈이었다. 말이 좋아서 호위지. 실상은 허튼짓 못하게 감시하려고 붙인 아버지의 수족이 아닌가. 서원은 하루아침에 자유를 잃었다. 밤마실은커녕 멀쩡히 해가 떠 있는 시각에 저자에 나다니는 것조차 여의치 않아졌다. 그것 뿐이 아니었다. 닭이 울기 무섭게 깨우고 달이 뜨기도 전에 잠자리에 들라며 닦달까지 해댔다. “이 시간에 어디를 가시려고요.” “너… 너 자는 거 아니었어?” “이미 자시[子時:23:00~01:00시]가 넘었습니다. 함부로 나다니면 다치십니다.” 씨발, 천하의 유서원 꼴이 말이 아니다. 공: 강 백 (26살): 어릴 적 어미에게 버려지며 제가 인간이 아님을 알게 된 반쪽짜리 이매. 인세에도 귀계에도 속하지 못한 강백은 13년간 귀들의 터인 백야산에서 도술을 배우며 살아 남아왔다. 그러던 어느 그믐날 밤. 한 사내가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갖은 재보와 금은보화를 내려준다는 도깨비, 이매(魑魅)의 권능이자 정수인 망량(魍魎 방망이)을 몸에 지닌 사내가. “야, 너 이름이 뭐냐?” “…‥.” “씹어? 왜, 아버지께서 내 물음에는 대꾸도 말라든?” “…‥.” “강 백.” 망량(魍魎)을 가져야겠다. 그리하여 인간이 되어야겠다. 강 백은 호위의 신분으로 서원의 곁에 머문다. “제가 잘 찾아왔네요.” 메일:35055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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