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갑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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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루아는 좀처럼 손에 쥔 책을 놓지 못했다. "무슨 내용이기에 장승처럼 서 있나?" 케이가 의아하다는 듯 물음을 던졌을 때에야 칼루아는 책을 원래 자리에 돌려 놓았다. 케이의 눈에는 검게 탄 표지밖에 보이지 않았다. "무료해서, 잠시 생각을 좀 했다." "책 읽으며 토론할 시기는 예전에 지나지 않았나? 남이 써 놓은 글귀 몇개에 생각이 바뀔 일도 없는데." "생각이 공고해 질 수는 있지." 핏물자국에 눈이 간 것도 아주 잠시일 뿐, 칼루아는 내일 당장 창대에 매달려 말라죽을 사내의 생명의 존엄성같은 것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그런 것에 관심을 가졌던 시기는 이미 예전에 지나버렸다. 흥미가 동한 것인지 케이가 시니컬한 어투로 물었다. "부역자의 논리에 확신이라도 생겼나?" 칼루아는 자기 안의 미로에 갇힌 것처럼 말했다. "스스로의 선택이냐 아니냐는, 결과에 이르러선 아무 차이도 없다는 것." 희곡의 한 구절을 외운 듯 대사에 가까운 말이었다.

칼루아는 좀처럼 손에 쥔 책을 놓지 못했다. "무슨 내용이기에 장승처럼 서 있나?" 케이가 의아하다는 듯 물음을 던졌을 때에야 칼루아는 책을 원래 자리에 돌려 놓았다. 케이의 눈에는 검게 탄 표지밖에 보이지 않았다. "무료해서, 잠시 생각을 좀 했다." "책 읽으며 토론할 시기는 예전에 지나지 않았나? 남이 써 놓은 글귀 몇개에 생각이 바뀔 일도 없는데." "생각이 공고해 질 수는 있지." 핏물자국에 눈이 간 것도 아주 잠시일 뿐, 칼루아는 내일 당장 창대에 매달려 말라죽을 사내의 생명의 존엄성같은 것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그런 것에 관심을 가졌던 시기는 이미 예전에 지나버렸다. 흥미가 동한 것인지 케이가 시니컬한 어투로 물었다. "부역자의 논리에 확신이라도 생겼나?" 칼루아는 자기 안의 미로에 갇힌 것처럼 말했다. "스스로의 선택이냐 아니냐는, 결과에 이르러선 아무 차이도 없다는 것." 희곡의 한 구절을 외운 듯 대사에 가까운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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