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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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신의 서늘한 시선이 희고 붉은 얼굴에 닿았다. “입 속이 더 요사스럽긴 하네.” 까진 입술에 손가락이 닿으니 홧홧한 느낌이 들었지만, 서영은 가슴께가 더 욱신거리는 기분이었다. “대필을 조건으로 비역질이라니.” 사람들이 저를 두고 하는 수군거리는 말 따위 이골이 난 지 오래였다. 그러나 눈앞에 서 있는 그에게서 이런 말을 듣게 되니, 서영은 더욱 수치스러웠고 마음이 괴롭기만 하였다. “사내 씨물이 좋아 재능을 파는 거라면, 내 앞에서도 재주 한 번 부려 보던가.” 말릴 새도 없이 손가락 하나가 입 안을 파고들어 얼얼한 혀를 가지고 놀 듯이 굴리고 문지르다가 목구멍까지 쑤셔 들었다. 그러나 비참한 기분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네 좋아하는 것, 배 속에 가득 채워 줄 테니.” 이대로 남의신을 밀치고 달아나버리면 얼마 만에 붙잡힐까. 아니 도망칠 수나 있을까. 서영은 어떻게 하면 이런 지독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생각하는 듯했으나, 또다시 들려오는 목소리는 마치 그러한 서영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 같았다. “이번에는 도망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고.” 서영은 이렇게 된 이상, 제게 이득 되는 것을 따지자고. 차라리 그러는 편이 현명하게 사는 법이라고 생각하며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그러면, 돈으로 주세요.” “하, 뭐?” 서영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바람 빠진 입소리를 내며 저를 향해 날카롭게 보는 시선 따위, 배고픔에 굶주려 오늘내일하는 삶보다 훨씬 더 수월히 감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나머지 말을 입에 담았다. “나리의 몸 따위는 필요 없으니 차라리 돈으로 달라는 뜻이에요. 그럼 서도를 가르쳐줄게요.” * * * [악필계략양반공X명필능력도망수] 남의신 (공) - 비상한 머리로 장원급제하여 홍문관의 관원이 되고, 미남에다 일 처리까지 완벽하나 유일한 약점이라면 엄청난 악필가라는 사실. 상관의 제안으로 서도 선생을 추천받는데 알고 보니 죽어도 잊지 못할 기억을 심어놓고 도망쳐버린 제 어린 시절의 첫사랑이라니. 부수고 싶은 마음뿐이다. 우서영 (수) - 최고 명필 가문에서 태어나 한번 본 것은 그대로 재현해내는 비상한 서체 능력이 있으나 집안이 풍비박산 나고 양반 출신에서 신분이 강등된다. 생계를 유지하고자 무려 10년 동안 과장의 사수로 대필하는 불법도 주저하지 않는데, 어느 날 난필을 고쳐야 한다는 관리를 만나고 보니 속절없는 세월에 잊고 산 얼굴이니 마음이 떠들썩하다. #미남공 #집착공 #후회공 #상처공 #악필공 #제자공 #미인수 #병약수 #처연수 #능력수 #도망수 #스승수 *서도(書道) - 글씨를 올바로 쓰는 방법 *사수(寫手) - 과거 시험장에서 작성된 답지를 필사해주는 사람 * * * /키워드는 추후에 추가될 수 있습니다~ /미계약작 senmarhee@gmail.com

남의신의 서늘한 시선이 희고 붉은 얼굴에 닿았다. “입 속이 더 요사스럽긴 하네.” 까진 입술에 손가락이 닿으니 홧홧한 느낌이 들었지만, 서영은 가슴께가 더 욱신거리는 기분이었다. “대필을 조건으로 비역질이라니.” 사람들이 저를 두고 하는 수군거리는 말 따위 이골이 난 지 오래였다. 그러나 눈앞에 서 있는 그에게서 이런 말을 듣게 되니, 서영은 더욱 수치스러웠고 마음이 괴롭기만 하였다. “사내 씨물이 좋아 재능을 파는 거라면, 내 앞에서도 재주 한 번 부려 보던가.” 말릴 새도 없이 손가락 하나가 입 안을 파고들어 얼얼한 혀를 가지고 놀 듯이 굴리고 문지르다가 목구멍까지 쑤셔 들었다. 그러나 비참한 기분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네 좋아하는 것, 배 속에 가득 채워 줄 테니.” 이대로 남의신을 밀치고 달아나버리면 얼마 만에 붙잡힐까. 아니 도망칠 수나 있을까. 서영은 어떻게 하면 이런 지독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생각하는 듯했으나, 또다시 들려오는 목소리는 마치 그러한 서영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 같았다. “이번에는 도망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고.” 서영은 이렇게 된 이상, 제게 이득 되는 것을 따지자고. 차라리 그러는 편이 현명하게 사는 법이라고 생각하며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그러면, 돈으로 주세요.” “하, 뭐?” 서영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바람 빠진 입소리를 내며 저를 향해 날카롭게 보는 시선 따위, 배고픔에 굶주려 오늘내일하는 삶보다 훨씬 더 수월히 감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나머지 말을 입에 담았다. “나리의 몸 따위는 필요 없으니 차라리 돈으로 달라는 뜻이에요. 그럼 서도를 가르쳐줄게요.” * * * [악필계략양반공X명필능력도망수] 남의신 (공) - 비상한 머리로 장원급제하여 홍문관의 관원이 되고, 미남에다 일 처리까지 완벽하나 유일한 약점이라면 엄청난 악필가라는 사실. 상관의 제안으로 서도 선생을 추천받는데 알고 보니 죽어도 잊지 못할 기억을 심어놓고 도망쳐버린 제 어린 시절의 첫사랑이라니. 부수고 싶은 마음뿐이다. 우서영 (수) - 최고 명필 가문에서 태어나 한번 본 것은 그대로 재현해내는 비상한 서체 능력이 있으나 집안이 풍비박산 나고 양반 출신에서 신분이 강등된다. 생계를 유지하고자 무려 10년 동안 과장의 사수로 대필하는 불법도 주저하지 않는데, 어느 날 난필을 고쳐야 한다는 관리를 만나고 보니 속절없는 세월에 잊고 산 얼굴이니 마음이 떠들썩하다. #미남공 #집착공 #후회공 #상처공 #악필공 #제자공 #미인수 #병약수 #처연수 #능력수 #도망수 #스승수 *서도(書道) - 글씨를 올바로 쓰는 방법 *사수(寫手) - 과거 시험장에서 작성된 답지를 필사해주는 사람 * * * /키워드는 추후에 추가될 수 있습니다~ /미계약작 senmarh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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