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법사가 계약마법 사기를 당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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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상 문제는 눈을 씻고 보아도 없었다. 정확하게 벨리나가 원하는 조항이 들어있었으며, 그가 요구하는 조건 역시 크게 불편할 만한 것은 없었다. 한가지 찜찜한게 있다면 마법계약인 만큼 한쪽에서 독단적인 파기를 하면 죽음에 가까워 진다는 점인데. “그냥 서명만 하는게 좋지 않을까? 마법 계약을 이런 곳에 써보긴 처음이라….” “물론 그러실일은 없겠지만. 대마법사님이 마법으로 쥐도 새도 모르게 서류를 없애버리실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저도 저를 지킬 수 있는 수단 하나는 있어야죠.” 여전히 주저하는 벨리나에게 어쩔 수 없다며 눈썹을 내린 남자의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깊은 숨을 내쉰 벨리나의 눈이 확신에 물들었다. 고개를 살짝 끄덕인 벨리나가 공중으로 계약서를 찢어 던졌다. 동시에 그녀의 주위로 흘러나온 풀색 빛이 종이에 스며들어 빛을 뿜어내었다. 마치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 같은 계약서 두 쪽이 살랑거리며 각 사람의 손에 내려왔다. 남자가 받은 종이 위로 벨리나의 서명이 선명하게 빛났다. “응? 제르타…? 자네 이름은 제르타가 아니지 않나. 혹시 미들 네임이 있….” 손에 쥔 종이를 의뭉스럽게 들여다보던 벨리나가 고개를 들어 눈 앞에 남자를 마주했다. 밤을 삼킨 듯 까만 머리칼과 그 사이에서 빛나는 붉은 눈. “당신이 왜 여기….” 방금 전 마주했던 온순한 남자는 온데간데 없고 지금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서 있었다. 종이를 쥔 남자는 새하얗게 질려있는 벨리나를 만족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 4년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내고 돌아온 황궁에서 마주한건. 약혼자가 다른 여자와 히히덕 거리는 꼴이었다. 박살내버리고 돌아섰지만 허무함은 결국 내 몫. 그래서 였을까. 평소와 같이 단원들과 술을 마셨는데... 깨어보니 낯선 남자가 옆에 누워있다. 헐벗은 채로. *** 바람을 타고 치렁치렁한 은발이 나부꼈다. 흔들리는 나무의 소리와 함게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지그시 눈을 감는 찰나였다. “밤은 나랑 보내고 결혼은 황태자랑 한다라…” “그, 그게….” 좀처럼 당황하는 법이 없던 벨리나였지만 이번 만큼은 그녀도 어쩔 수 없나보다. “그래서 잠은 나랑 자고 결혼은 딴 놈이랑 한다고?” 살기 어린 눈 속에 비친 그녀가 하얗게 질려있었다. ---------------------------------- to_romy@naver.com

계약서상 문제는 눈을 씻고 보아도 없었다. 정확하게 벨리나가 원하는 조항이 들어있었으며, 그가 요구하는 조건 역시 크게 불편할 만한 것은 없었다. 한가지 찜찜한게 있다면 마법계약인 만큼 한쪽에서 독단적인 파기를 하면 죽음에 가까워 진다는 점인데. “그냥 서명만 하는게 좋지 않을까? 마법 계약을 이런 곳에 써보긴 처음이라….” “물론 그러실일은 없겠지만. 대마법사님이 마법으로 쥐도 새도 모르게 서류를 없애버리실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저도 저를 지킬 수 있는 수단 하나는 있어야죠.” 여전히 주저하는 벨리나에게 어쩔 수 없다며 눈썹을 내린 남자의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깊은 숨을 내쉰 벨리나의 눈이 확신에 물들었다. 고개를 살짝 끄덕인 벨리나가 공중으로 계약서를 찢어 던졌다. 동시에 그녀의 주위로 흘러나온 풀색 빛이 종이에 스며들어 빛을 뿜어내었다. 마치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 같은 계약서 두 쪽이 살랑거리며 각 사람의 손에 내려왔다. 남자가 받은 종이 위로 벨리나의 서명이 선명하게 빛났다. “응? 제르타…? 자네 이름은 제르타가 아니지 않나. 혹시 미들 네임이 있….” 손에 쥔 종이를 의뭉스럽게 들여다보던 벨리나가 고개를 들어 눈 앞에 남자를 마주했다. 밤을 삼킨 듯 까만 머리칼과 그 사이에서 빛나는 붉은 눈. “당신이 왜 여기….” 방금 전 마주했던 온순한 남자는 온데간데 없고 지금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서 있었다. 종이를 쥔 남자는 새하얗게 질려있는 벨리나를 만족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 4년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내고 돌아온 황궁에서 마주한건. 약혼자가 다른 여자와 히히덕 거리는 꼴이었다. 박살내버리고 돌아섰지만 허무함은 결국 내 몫. 그래서 였을까. 평소와 같이 단원들과 술을 마셨는데... 깨어보니 낯선 남자가 옆에 누워있다. 헐벗은 채로. *** 바람을 타고 치렁치렁한 은발이 나부꼈다. 흔들리는 나무의 소리와 함게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지그시 눈을 감는 찰나였다. “밤은 나랑 보내고 결혼은 황태자랑 한다라…” “그, 그게….” 좀처럼 당황하는 법이 없던 벨리나였지만 이번 만큼은 그녀도 어쩔 수 없나보다. “그래서 잠은 나랑 자고 결혼은 딴 놈이랑 한다고?” 살기 어린 눈 속에 비친 그녀가 하얗게 질려있었다. ---------------------------------- to_ro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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