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뭍으로 흐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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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날더러 버려졌다고 했지만, 난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우리 부모님은 분명히 날 애타게 찾고 있을거야. 그런데 뭐라고? 나를 입양하겠다고? 대신 남장을 하고 아카데미에 들어가는게 조건이라고? 제국 최고의 아카데미라면 부모님의 정보를 수소문하기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좋아, 들어가 보이겠어. 누가 뭐래도 내 목표는 단 하나야. 바로 부모님을 찾는 것! *** 아버지라기에 남자는 너무 젊고, 지나치게 매력적으로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시중을 드는 하녀들조차 매순간 그를 흘끔대며 얼굴을 붉히는 것이 보인다. 베일리가 미심쩍은 눈으로 눈앞의 청년을 바라보았다. 짙은 흑발을 쓸어넘기며 성큼성큼 걸음을 내딛은 그가 자리에 걸터 앉아 다소 피곤한듯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그녀는 예의를 갖추기 위해 애쓰며 최대한 공손하게 물었다. “외람되오나 여쭙습니다. 제가 공작님의 양녀로 엘리엇 가에 들어가게 되는 것인가요?” “뭐? 그럴 리가.” 말을 들은 공작이 드물게 당황한 얼굴을 했다. 그녀의 나이뻘 되는 딸이 있으려면 자신이 몇 살에 초야를 치러야 하는 것인지 어렴풋이 셈 해보던 그가 곧 와락 얼굴을 구겼다. “여덟 살? 토 나오는데.” “네?” “너는… 바다 건너에 사는 내 고모님의, 남편 되시는 분의 형제쯤 되는 사이에 의붓딸로 입적하게 될 거다.” 대답한 그가 잠시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았다. 귀찮은 걸 괜히 물었나? 베일리가 짧게 후회하는 사이 킬리언이 중얼거렸다. “살면서 얼굴을 볼 일이야 있을까 싶다만.” “…….” “시모어 경은 내가 알기로 남작인데, 간단한 정보는 너도 익혀두는 게 좋겠군. 이번주 중으로 필요한 서류를 보내도록 하지.” *** 문가에 비스듬히 기대어 선 공작이 차가운 눈을 빛냈다. 그녀를 바라보던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 아카데미에 들어가는 것. 그게 내 조건이야.” 처음엔 남자가 단순히 후원자로서 똑똑하고 유능한 후임 양성을 위해 자신을 아카데미에 보내려는 줄 알았다. 조건 하나. 이유는 묻지 않을 것. 조건 둘. 자신이 시키는대로 할 것. 조건 셋. 누구에게도 이 내용을 발설하지 않을 것. 그러나 들을수록 단순히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베일리는 무언가 수상쩍음을 느꼈으나, 그가 푸른 눈을 빛내며 저를 응시한 탓에 남자를 올곧게 마주했다. 후원자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알았다. 이제 제 몫은 최대한 훌륭히 역할을 수행해내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따르겠어요.” “이해가 빨라 좋군.” 피식 웃어보이는 그를 따라 입꼬리를 끌어올려 보였다.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했다. 또다시 버림받지 않기 위해서는.

다들 날더러 버려졌다고 했지만, 난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우리 부모님은 분명히 날 애타게 찾고 있을거야. 그런데 뭐라고? 나를 입양하겠다고? 대신 남장을 하고 아카데미에 들어가는게 조건이라고? 제국 최고의 아카데미라면 부모님의 정보를 수소문하기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좋아, 들어가 보이겠어. 누가 뭐래도 내 목표는 단 하나야. 바로 부모님을 찾는 것! *** 아버지라기에 남자는 너무 젊고, 지나치게 매력적으로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시중을 드는 하녀들조차 매순간 그를 흘끔대며 얼굴을 붉히는 것이 보인다. 베일리가 미심쩍은 눈으로 눈앞의 청년을 바라보았다. 짙은 흑발을 쓸어넘기며 성큼성큼 걸음을 내딛은 그가 자리에 걸터 앉아 다소 피곤한듯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그녀는 예의를 갖추기 위해 애쓰며 최대한 공손하게 물었다. “외람되오나 여쭙습니다. 제가 공작님의 양녀로 엘리엇 가에 들어가게 되는 것인가요?” “뭐? 그럴 리가.” 말을 들은 공작이 드물게 당황한 얼굴을 했다. 그녀의 나이뻘 되는 딸이 있으려면 자신이 몇 살에 초야를 치러야 하는 것인지 어렴풋이 셈 해보던 그가 곧 와락 얼굴을 구겼다. “여덟 살? 토 나오는데.” “네?” “너는… 바다 건너에 사는 내 고모님의, 남편 되시는 분의 형제쯤 되는 사이에 의붓딸로 입적하게 될 거다.” 대답한 그가 잠시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았다. 귀찮은 걸 괜히 물었나? 베일리가 짧게 후회하는 사이 킬리언이 중얼거렸다. “살면서 얼굴을 볼 일이야 있을까 싶다만.” “…….” “시모어 경은 내가 알기로 남작인데, 간단한 정보는 너도 익혀두는 게 좋겠군. 이번주 중으로 필요한 서류를 보내도록 하지.” *** 문가에 비스듬히 기대어 선 공작이 차가운 눈을 빛냈다. 그녀를 바라보던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 아카데미에 들어가는 것. 그게 내 조건이야.” 처음엔 남자가 단순히 후원자로서 똑똑하고 유능한 후임 양성을 위해 자신을 아카데미에 보내려는 줄 알았다. 조건 하나. 이유는 묻지 않을 것. 조건 둘. 자신이 시키는대로 할 것. 조건 셋. 누구에게도 이 내용을 발설하지 않을 것. 그러나 들을수록 단순히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베일리는 무언가 수상쩍음을 느꼈으나, 그가 푸른 눈을 빛내며 저를 응시한 탓에 남자를 올곧게 마주했다. 후원자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알았다. 이제 제 몫은 최대한 훌륭히 역할을 수행해내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따르겠어요.” “이해가 빨라 좋군.” 피식 웃어보이는 그를 따라 입꼬리를 끌어올려 보였다.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했다. 또다시 버림받지 않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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