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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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만에 만난 약혼남은 섹스하다가 멧돼지 잡으러 갔고 나는 콘돔만 덜렁 든 채 버려지고 홧김에 약 먹고 잤더니 7년 전에 비극적으로 헤어진 동생이 반정부 테러리스트 수장이 돼서 나타났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특히 다음 달에 결혼할 약혼남이 대테러 전담 경찰이라면. [짭근친/ 다공일수/ 계략집착광기 + 순애공 / 만만치 않수 / 후회 / 본격우당탕탕막장로맨스서사활극] *코믹시리어스 지향 *15세 이상 관람 권장 “화가 났어.” 니샤는 다시 내 왼손을 만지작거렸다. 정확히는 내 약혼반지를 집요하게. 반지와 마찰 된 살이 쓰렸다. 나 또한 니샤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아, 형이 모를 리가 없는데. 혹시 나한테 화난 걸까? 그래서 복수하는 건가?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무슨 짓을 당했는데, 내가 어떤 심정으로 내 인생을, 형을 포기했는데. 형은 정부의 개랑 어떻게―” 부득, 그의 이가 갈렸다. “…설마 사랑 따위를 한다고.” * “형은 내 발목 안 잡잖아. 항상, 내가 잡았지.” 나는 흔들리는 눈으로 니샤를 바라봤다. “형은 또 나한테 발목 잡혀서 개죽음당할 게 뻔했으니까.” 니샤는 내 손 뼈마디 하나하나가 눌렸다. 얼어붙을 듯 차가운 손길이었다. 손이 잘게 떨렸다. 내 손이 떨리는지 아님 그의 손이 떨리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은.” 니샤는 내 손가락을 타고 내려가더니 이내 손목을 살짝 잡곤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나약하지 않거든.” 그의 칠흑같이 어두운 머리카락 다음으로 반듯한 이미와 그리고. “그래서 왔어.” 빽빽한 속눈썹 뒤로 수려한 은빛 눈이 왜 이리 “이젠 얼마든지.” 금수의 것처럼 번들거리는지. “잡아도 되겠다 싶어서.” * 아. 가끔 그를 보고 있자면, 꼭 한여름 밤의 꿈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백야는 그의 이름처럼 존재했는지도 모를 그 시간을 계속 비춰서. 어지로이 피어오르던 아지랑이, 그 너머의 신기루. 여린 망막 사이로 맺힌 햇살에 눈을 돌리면, 어름거리던 초록들, 까르륵거리던 누군가의 웃음소리, 살갗을 부드럽게 스민 볕, 이제는 뭘 잊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것들이 차츰 떠오른다. 그게 내 이상향일까 자문하면 글쎄, 그것이 정말로 존재했을지는 나조차 확신하지 못했다. 그는 그렇게 언젠가 꾸었던 가장 찬란한 꿈과 닮아있다. 깨어버린 꿈과 손아귀에 모인 빛의 온유함 따위의 영원토록 닳지 않을 것. 그래서 그저 스미기만 하는 찰나. 결코 닿지 않을 네게 스밀 수 있을까 자문한다. 모든 문의 : mumupile@naver.com

3주 만에 만난 약혼남은 섹스하다가 멧돼지 잡으러 갔고 나는 콘돔만 덜렁 든 채 버려지고 홧김에 약 먹고 잤더니 7년 전에 비극적으로 헤어진 동생이 반정부 테러리스트 수장이 돼서 나타났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특히 다음 달에 결혼할 약혼남이 대테러 전담 경찰이라면. [짭근친/ 다공일수/ 계략집착광기 + 순애공 / 만만치 않수 / 후회 / 본격우당탕탕막장로맨스서사활극] *코믹시리어스 지향 *15세 이상 관람 권장 “화가 났어.” 니샤는 다시 내 왼손을 만지작거렸다. 정확히는 내 약혼반지를 집요하게. 반지와 마찰 된 살이 쓰렸다. 나 또한 니샤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아, 형이 모를 리가 없는데. 혹시 나한테 화난 걸까? 그래서 복수하는 건가?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무슨 짓을 당했는데, 내가 어떤 심정으로 내 인생을, 형을 포기했는데. 형은 정부의 개랑 어떻게―” 부득, 그의 이가 갈렸다. “…설마 사랑 따위를 한다고.” * “형은 내 발목 안 잡잖아. 항상, 내가 잡았지.” 나는 흔들리는 눈으로 니샤를 바라봤다. “형은 또 나한테 발목 잡혀서 개죽음당할 게 뻔했으니까.” 니샤는 내 손 뼈마디 하나하나가 눌렸다. 얼어붙을 듯 차가운 손길이었다. 손이 잘게 떨렸다. 내 손이 떨리는지 아님 그의 손이 떨리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은.” 니샤는 내 손가락을 타고 내려가더니 이내 손목을 살짝 잡곤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나약하지 않거든.” 그의 칠흑같이 어두운 머리카락 다음으로 반듯한 이미와 그리고. “그래서 왔어.” 빽빽한 속눈썹 뒤로 수려한 은빛 눈이 왜 이리 “이젠 얼마든지.” 금수의 것처럼 번들거리는지. “잡아도 되겠다 싶어서.” * 아. 가끔 그를 보고 있자면, 꼭 한여름 밤의 꿈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백야는 그의 이름처럼 존재했는지도 모를 그 시간을 계속 비춰서. 어지로이 피어오르던 아지랑이, 그 너머의 신기루. 여린 망막 사이로 맺힌 햇살에 눈을 돌리면, 어름거리던 초록들, 까르륵거리던 누군가의 웃음소리, 살갗을 부드럽게 스민 볕, 이제는 뭘 잊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것들이 차츰 떠오른다. 그게 내 이상향일까 자문하면 글쎄, 그것이 정말로 존재했을지는 나조차 확신하지 못했다. 그는 그렇게 언젠가 꾸었던 가장 찬란한 꿈과 닮아있다. 깨어버린 꿈과 손아귀에 모인 빛의 온유함 따위의 영원토록 닳지 않을 것. 그래서 그저 스미기만 하는 찰나. 결코 닿지 않을 네게 스밀 수 있을까 자문한다. 모든 문의 : mumupi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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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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