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이룰 수 없게 된 건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예닐곱 살이 무렵부터였던 것 같다. 열 밤, 아니 백 밤이 넘게 잠을 자도 제대로 잠들지 못하고 다시 일어나길 반복해 괴로웠다. * “왜 안 자?” 윤서가 물으며 소파에 힘들게 올라앉았다. “프리미어리그하고 있으니까. 5월까지 시즌이야.” 윤서보다도 어린 이원은 모르는 게 없었다. “넌 어느 팀 좋아해?” “당연히 토트넘이지!” “축구 좋아해?” “완전 좋아해!” “너도 축구 선수 할 거야?” “난 잘 모르겠어.” “왜?” “아빠가 안 된다고 싫어해.” “그래서 안 할 거야?” “몰라. 나보다 더 축구 잘하는 애들 엄청 많아.” 이원은 어깨를 으쓱하였다. 이원이는 네 살인데도 윤서만큼 컸고, 공 차기를 잘했다. “누나도 축구 좋아해?” “난 축구 잘 몰라.” “이건 비밀인데, 누나.” 그랬었나. 비밀이라고 했나. 이건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라고 했나. “나는 축구 선수가 꿈이야. 이건, 누나한테만 말하는 거야.” 이원이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을 왜 윤서한테만 말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냥 같이 밤을 새니까, 말하고 싶어졌는지도 몰랐다.

잠을 이룰 수 없게 된 건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예닐곱 살이 무렵부터였던 것 같다. 열 밤, 아니 백 밤이 넘게 잠을 자도 제대로 잠들지 못하고 다시 일어나길 반복해 괴로웠다. * “왜 안 자?” 윤서가 물으며 소파에 힘들게 올라앉았다. “프리미어리그하고 있으니까. 5월까지 시즌이야.” 윤서보다도 어린 이원은 모르는 게 없었다. “넌 어느 팀 좋아해?” “당연히 토트넘이지!” “축구 좋아해?” “완전 좋아해!” “너도 축구 선수 할 거야?” “난 잘 모르겠어.” “왜?” “아빠가 안 된다고 싫어해.” “그래서 안 할 거야?” “몰라. 나보다 더 축구 잘하는 애들 엄청 많아.” 이원은 어깨를 으쓱하였다. 이원이는 네 살인데도 윤서만큼 컸고, 공 차기를 잘했다. “누나도 축구 좋아해?” “난 축구 잘 몰라.” “이건 비밀인데, 누나.” 그랬었나. 비밀이라고 했나. 이건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라고 했나. “나는 축구 선수가 꿈이야. 이건, 누나한테만 말하는 거야.” 이원이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을 왜 윤서한테만 말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냥 같이 밤을 새니까, 말하고 싶어졌는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