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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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 이름 없는 사람도 있냐.” 이곳에 와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이름이 남자에게는 없었다. 그런데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여름이다보니 남자는 죄지은 것 없이도 고개가 무거워졌다. 기가 팍 죽은 남자를 보며 여름이 혀를 찼다. “맨날 야, 너라고 부르는 것도 질리고. 그렇다고 가이드라고 부르는 것도 이상하니까…. 겨울 어때? 네 이름. 마침 눈도 오고 딱이네.” 한순간의 변덕이었다. 마침 숙소 테라스에 눈이 내리고 있었고, 눈을 맞으며 서 있는 남자의 모습이 한폭의 화폭처럼 어울렸을 뿐이다. 그러나 남자의 입장에서는 달랐다. 인형처럼 고요하던 얼굴에 균열이 일었다. 남자, 아니 겨울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살면서 처음으로 이름이 생겼다. “…겨울.” “마음에 들었나보네. 바로 따라 부를 정도면.” 웃음기가 섞인 목소리에 겨울이 그를 조심스레 올려다봤다. 하늘에서 꽃잎처럼 흩날리던 눈송이가 속눈썹 위로 사부작 내려앉았다. 차가운 감촉이 눈가에 스며든다. 반대로 작은 불씨가 피어오른 가슴은 따뜻하기만 했다. 한번도 손끝이 시린 겨울을 반겼던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게 제 이름이 된 순간, 겨울은 시리도록 하얀 계절을 사랑하게 될 것을 직감했다. …눈앞의 에스퍼 또한.

“요즘 세상에 이름 없는 사람도 있냐.” 이곳에 와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이름이 남자에게는 없었다. 그런데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여름이다보니 남자는 죄지은 것 없이도 고개가 무거워졌다. 기가 팍 죽은 남자를 보며 여름이 혀를 찼다. “맨날 야, 너라고 부르는 것도 질리고. 그렇다고 가이드라고 부르는 것도 이상하니까…. 겨울 어때? 네 이름. 마침 눈도 오고 딱이네.” 한순간의 변덕이었다. 마침 숙소 테라스에 눈이 내리고 있었고, 눈을 맞으며 서 있는 남자의 모습이 한폭의 화폭처럼 어울렸을 뿐이다. 그러나 남자의 입장에서는 달랐다. 인형처럼 고요하던 얼굴에 균열이 일었다. 남자, 아니 겨울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살면서 처음으로 이름이 생겼다. “…겨울.” “마음에 들었나보네. 바로 따라 부를 정도면.” 웃음기가 섞인 목소리에 겨울이 그를 조심스레 올려다봤다. 하늘에서 꽃잎처럼 흩날리던 눈송이가 속눈썹 위로 사부작 내려앉았다. 차가운 감촉이 눈가에 스며든다. 반대로 작은 불씨가 피어오른 가슴은 따뜻하기만 했다. 한번도 손끝이 시린 겨울을 반겼던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게 제 이름이 된 순간, 겨울은 시리도록 하얀 계절을 사랑하게 될 것을 직감했다. …눈앞의 에스퍼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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