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멍에 볕 들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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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다 버려도 나는 잃으면 안 될 텐데.” “하. 뭐?” “내가 선배 손 놓으면, 선배는 다시 돌아가는 거예요. 그 진창으로.” 좀처럼 지하방을 벗어날 수 없었던 고우희의 인생에 유일하게 햇빛이 비출 때는 차은서라는 하늘을 올려다볼 때뿐이었다. 진창. 오랜 시간 고우희의 또 다른 이름이었던 것을 명명한 남자를, 그녀는 피하지 않고 맞서 바라봤다. 그러곤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상관없어. 나도 이제 그냥 널 끌어들일 거거든.” 그래, 그러기 위해 다시 붓을 들지 않았던가. 이미 얼룩진 관계라면 더 과감하게 깽판을 쳐서, 서로에게 지울 수 없는 흔적이라도 남겨 놓으려고. 이제 이 더러운 자국을 지우려면 송두리째 불태우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녀는 그런 각오가 되어 있었다. “기대되네. 선배랑 함께 진창에서 구를 생각하니까.” 어느덧 바짝 다가온 그가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제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을 목전에 둔, 포식자의 그것이었다. - 이전에 동일 제목으로 짧게 연재했던 작품의 리메이크 버전입니다.

“다른 건 다 버려도 나는 잃으면 안 될 텐데.” “하. 뭐?” “내가 선배 손 놓으면, 선배는 다시 돌아가는 거예요. 그 진창으로.” 좀처럼 지하방을 벗어날 수 없었던 고우희의 인생에 유일하게 햇빛이 비출 때는 차은서라는 하늘을 올려다볼 때뿐이었다. 진창. 오랜 시간 고우희의 또 다른 이름이었던 것을 명명한 남자를, 그녀는 피하지 않고 맞서 바라봤다. 그러곤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상관없어. 나도 이제 그냥 널 끌어들일 거거든.” 그래, 그러기 위해 다시 붓을 들지 않았던가. 이미 얼룩진 관계라면 더 과감하게 깽판을 쳐서, 서로에게 지울 수 없는 흔적이라도 남겨 놓으려고. 이제 이 더러운 자국을 지우려면 송두리째 불태우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녀는 그런 각오가 되어 있었다. “기대되네. 선배랑 함께 진창에서 구를 생각하니까.” 어느덧 바짝 다가온 그가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제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을 목전에 둔, 포식자의 그것이었다. - 이전에 동일 제목으로 짧게 연재했던 작품의 리메이크 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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