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미 아가씨가 이상하다. 종종 불만을 투덜거리고, 쉽게 환한 웃음을 터뜨리던 아가씨. 남작님이 저택에 어린 사내아이 하나를 데려왔던 날, 아가씨는 남작님의 심기를 거슬러 방에 갇혔다. 방에서 사흘 만에 풀려난 아가씨는 무언가 달라져 있었다. “죽여주세요, 폐하.” 그 날은 밖에서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고, 온 세상이 어두웠다. 그러나 그가 있는 궁전만은 환하게 빛나고 맑은 날 같았다. 그는 천사마냥 하얀 옷을 입고 아름답고도 화려하게 꾸민 체 열 아홉의 나를 제 앞에 무릎 꿇렸다. “제발, 저만 죽으면 되잖아요. 절 죽여주세요 폐하!” 사랑하는 나의 사람들이 한명 한명 쓰러질 때마다 두 손이 닳도록 빌었다. 폐하, 제발, 자비를, 폐하…. 모두가 숨을 멈추고 나서야 그는 내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열두살의 에스미 벨로어스로 돌아왔다.
에스미 아가씨가 이상하다. 종종 불만을 투덜거리고, 쉽게 환한 웃음을 터뜨리던 아가씨. 남작님이 저택에 어린 사내아이 하나를 데려왔던 날, 아가씨는 남작님의 심기를 거슬러 방에 갇혔다. 방에서 사흘 만에 풀려난 아가씨는 무언가 달라져 있었다. “죽여주세요, 폐하.” 그 날은 밖에서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고, 온 세상이 어두웠다. 그러나 그가 있는 궁전만은 환하게 빛나고 맑은 날 같았다. 그는 천사마냥 하얀 옷을 입고 아름답고도 화려하게 꾸민 체 열 아홉의 나를 제 앞에 무릎 꿇렸다. “제발, 저만 죽으면 되잖아요. 절 죽여주세요 폐하!” 사랑하는 나의 사람들이 한명 한명 쓰러질 때마다 두 손이 닳도록 빌었다. 폐하, 제발, 자비를, 폐하…. 모두가 숨을 멈추고 나서야 그는 내 숨을 거두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열두살의 에스미 벨로어스로 돌아왔다.